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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 플래너, 인생의 마지막을 함께 설계하는 사람

by myinfo5143 2025. 6. 8.

오늘은 엔딩 플래너, 인생의 마지막을 함께 설계하는 사람에 대하여 소개해 드릴예정입니다. 

 

엔딩 플래너, 인생의 마지막을 함께 설계하는 사람
엔딩 플래너, 인생의 마지막을 함께 설계하는 사람

 

죽음에도 디자인이 필요한 시대

"죽음은 삶의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일 수도 있다."
과거엔 장례식이 ‘남은 사람들’을 위한 의식이었다면, 요즘은 조금 다르다. 죽음을 개인의 정체성과 라이프스타일 안에서 ‘설계’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 변화 속에 등장한 직업이 바로 ‘엔딩 플래너’, 혹은 ‘인생 마무리 코디네이터’다.

엔딩 플래너는 말 그대로 인생의 마지막을 스스로 기획할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이다. 단순히 장례식 일정을 정하거나 상조 상품을 추천하는 역할이 아니다.
자서전 작성, 유언 영상 촬영, 장례 콘셉트 기획, 디지털 유산 정리 등
삶의 궤적과 기억, 가치관을 온전히 담아내는 일을 한다.
특히 최근에는 암 투병 중인 사람, 홀로 죽음을 준비하는 1인 가구, 치매 전 단계의 노인 등 다양한 고객층이 엔딩 플래너를 찾고 있다.

삶이 너무도 각박한 이 시대에, ‘죽음을 위한 전문가’가 생겼다는 사실은 씁쓸하면서도 어쩐지 따뜻하다.

 

엔딩 플래너가 하는 일: 죽음이 아니라 '기억'을 다룬다

엔딩 플래너의 업무는 꽤 섬세하고도 광범위하다. 단순히 "어떤 방식의 장례식을 원하세요?"라고 묻는 것이 아니라, “당신은 어떤 삶을 살아왔고, 무엇을 남기고 싶은가요?”라는 질문에서 시작된다.

주요 업무는 다음과 같다:
라이프 히스토리 인터뷰 및 자서전 작성
고객의 삶의 궤적, 기억, 가족 관계 등을 듣고 글로 정리해준다.
원한다면 나레이션을 넣어 책자나 영상으로 제작하기도 한다.

유언장 및 유언 영상 기획
법적 유언장 작성은 물론,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을 영상으로 남긴다.
사후 일정 기간 후 자동 전송되도록 설정하기도 한다.

장례 콘셉트 설계
“검정 옷 대신 하늘색 셔츠로 참석해주세요.”
“내가 좋아하던 음악을 틀어주세요.”
“영정 사진은 꼭 그때 그 여행 사진으로요.”
삶의 개성을 반영한 ‘나만의 장례식’을 계획한다.

디지털 유산 정리
블로그, SNS 계정, 클라우드 앨범, 비트코인 지갑까지.
온라인에 남긴 기록과 자산을 정리하고, 삭제하거나 이관하는 업무도 포함된다.

유족 대상 감정 케어 및 절차 가이드
당사자가 세상을 떠난 뒤에는 남은 가족들을 위한 정서적 케어, 법적 절차 안내도 맡는다.

이 모든 과정은 상담-기획-기록-완성의 단계로 이루어지며, 평균 몇 주에서 몇 달까지 걸리는 경우도 있다.
어떤 이들에게는 이 작업이 마지막으로 삶을 정리하고, 남겨진 것에 감사하는 시간이 된다.

 

죽음을 이야기하는 사람, 어떻게 일할까?

엔딩 플래너는 감정노동과 공감능력이 크게 요구되는 직업이다.
의뢰인의 삶은 대부분 ‘아픔’을 동반하고, 때로는 실제로 죽음을 앞둔 분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눠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죽음을 두려움이 아닌, 이해와 존중으로 마주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이 일을 오래 지속할 수 있다.

자격증이나 국가공인 기준은 아직 명확하진 않지만, 일부 기관이나 민간 단체에서 ‘엔딩 플래너 과정’, ‘죽음학’, ‘호스피스 관련 교육’ 등을 운영하고 있다. 심리상담 자격이나 장례지도사 자격증을 함께 갖고 있는 경우도 많다.

수익 구조는 상담 비용, 영상·책자 제작비, 유언장 법률 자문료 등으로 구성된다. 개인 창업보다는 노인복지센터, 호스피스 기관, 상조 플랫폼 등과 연계해 일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엔 MZ세대 중에서도 ‘내 삶을 내가 마무리하고 싶다’며 사전 상담을 신청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우리는 늘 ‘시작’을 중요하게 여겨왔지만, 사실 한 사람의 인생에서 ‘끝을 어떻게 마무리하느냐’도 그만큼 중요하다.
엔딩 플래너는 그 마지막 순간에 함께하며,
당사자의 삶을 기록해주고, 존중해주며, 남은 사람과의 다리를 놓는 사람이다.

죽음을 이야기하는 일이 어쩌면 가장 삶다운 일이 될 수 있다는 걸, 이 직업을 통해 우리는 배운다.